요즘 따라, 마음이 조금 지친 날이었어요. 별일은 없는데 유난히 어깨가 무거운 그런 날.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었을 때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이연한우가 눈에 들어왔어요. 고기를 꺼내 포장을 열자마자 차갑던 마음까지 풀어지는 기분이었어요. 선명한 선홍색, 잔잔한 마블링. 고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이 조금 더 괜찮아질 것 같았어요. 팬 위에 살짝 올리자 치이익— 작은 소리 하나에도 위로가 되더라구요. 고소한 향이 깊게 퍼질 때쯤, 저도 모르게 긴장했던 어깨가 천천히 내려갔어요. 소금만 살짝 찍어 한 점 먹는 순간, 고기가 부드러워 천천히 녹으면서 오늘 하루의 무게가 함께 사라지는 느낌. “아, 이런 게 필요했구나.” 좋은 음식은 맛 때문만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해준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. 누군가는 여행으로 위로를 받는다지만, 저는 오늘 고기 한 점으로 위로받았어요. 이연한우는 맛있는 고기 이상의 ‘괜찮아, 오늘 수고했어’ 라는 말 같았어요.